면접에서 말문이 막히는 건 말솜씨 탓일까요



오랑Pick 6편 자기성찰 · 11장

노을이는 연습 삼아 앉은 면접 자리에서 첫 질문에 막혔습니다.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하셨어요?”

그 활동은 노을이 기억에 또렷했습니다. 무엇을 했는지는 바로 말했죠. 왜 그렇게 했는지를 말하려는 순간 문장이 끊겼습니다.

끊긴 자리에서 노을이는 말솜씨를 탓했습니다. 더 또박또박 말하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죠.

믿음은 빗나갔습니다. 다음 연습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멈췄으니까요. 막힌 곳은 입이 아니라 꺼낼 것이었습니다.

꺼낼 것이 없던 사정은 게으름보다 기록 쪽에 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 데도 적어 두지 않았거든요.

핵심 포인트
  • 면접의 어려운 질문은 대부분 과거의 나를 겨냥합니다.
  • 그 자리에서 지어낸 답은 금방 밑천이 드러납니다.
  • 쌓아 둔 복기는 면접 답과 글에 함께 쓰입니다.

🕸 질문은 거의 다 뒤를 봅니다

적어 두지 않은 생각은 질문을 받고 나서야 아쉬워집니다. 면접에서 던지는 물음이 대부분 뒤를 보기 때문이죠.

앞을 보는 질문은 답하기 쉽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지금 정하면 되니까요. 뒤를 보는 질문은 지금 만들 수 없습니다.

그때의 나 왜 그렇게 했나요 무엇이 힘들었나요 그때 무엇을 골랐나요 그 뒤 무엇이 달라졌나요 네 갈래가 한 점으로 모인다

답은 그 한 점에만 있습니다.

그물 가운데에는 미래 대신 지나간 어느 날의 내가 있습니다. 네 갈래 질문이 모두 그 한 점을 겨눕니다.

겨냥을 알면 준비할 것이 분명해집니다. 말하는 연습보다 꺼낼 재료가 먼저입니다. 재료가 있으면 표현은 그 자리에서 붙습니다.

노을이가 첫 질문에서 막힌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활동은 남아 있었고 그때의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물의 가운데가 비어 있던 셈이죠.

비어 있는 가운데는 연습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같은 질문을 열 번 들어도 없는 기억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채우는 일은 질문을 받기 전에 끝나 있어야 합니다.

끝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늦은 사람에게는 야속하게 들립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지난 일을 지금 떠올려 적는 것도 복기니까요.

🧵 그 자리에서 지어낸 답은 짧습니다

가운데가 비면 사람은 그 자리에서 답을 만듭니다. 노을이도 두 번째 연습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럴듯한 이유를 즉석에서 붙였죠.

붙인 이유는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되묻는 물음이 오자 이어 갈 말이 없었거든요. 지어낸 답에는 그다음이 없습니다.

쌓인 복기에서 꺼내기 장면 생각 장면 달라진 점 장면 생각 질문이 오면 여기서 두세 점을 집는다 비어 있으면 선이 길수록 집을 것이 많아진다

답은 선 위의 점에서 집어 옵니다.

집을 것이 있는 사람은 다르게 말합니다. 장면을 먼저 꺼내고 그때 생각을 붙이죠. 되물어도 이어 갈 점이 옆에 남아 있습니다.

노을이의 선에도 점이 있기는 했습니다. 활동 이름만 찍혀 있었을 뿐이죠. 이름은 장면이 아니어서 집어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같은 선이 글에서도 쓰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적는 글도 쌓인 점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잇는 작업입니다. 처음부터 새로 지을 일은 드뭅니다.

고를 것이 없으면 글도 면접도 같은 자리에서 막힙니다. 재료 하나가 두 곳을 동시에 먹여 살립니다.

먹여 살리는 재료에는 잘한 이야기만 있지 않습니다. 막혔던 장면이 오히려 잘 쓰입니다. 듣는 사람이 궁금해하는 쪽도 그쪽이고요.

궁금해하는 쪽을 미리 적어 두면 답이 길어집니다. 길어진 답에는 되물어도 이어 갈 데가 있습니다. 말수만 늘어난 답과는 다르죠.

🪜 복기를 답으로 바꾸는 칸

먹여 살릴 재료는 형식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물음 하나를 답으로 세우는 데는 세 칸이면 넉넉하죠.

1 2 3 질문 하나 왜 그렇게 했나요 장면 하나 복기에서 집어 온다 달라진 점 말의 끝을 여기에 둔다

세 칸이면 한 질문의 답이 섭니다.

가운데 칸이 없으면 답은 주장으로 흐릅니다. 장면 하나를 대면 듣는 사람이 그림을 그릴 수 있죠. 노을이는 배식 줄이 멈췄던 날을 골랐습니다.

마지막 칸은 말의 끝을 잡아 줍니다. 그날 이후 무엇을 다르게 했는지로 닫으면 됩니다. 노을이의 답은 순서를 먼저 묻게 된 습관으로 끝났습니다.

세 칸으로 답을 세워 두면 질문의 순서나 말투가 조금 달라져도 답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장면은 그대로입니다. 가운데는 두고 앞뒤 칸만 바꾸면 되니까요.

바꿔 끼우는 연습은 장면 목록이 있을 때만 됩니다. 장면이 서너 개만 있어도 웬만한 질문은 막아 냅니다. 목록이 없으면 연습할 것 자체가 없죠.

없는 목록을 만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올해 한 일 가운데 마음에 걸렸던 순간을 꼽으면 됩니다. 잘 풀린 날보다 걸린 날이 먼저 떠오릅니다.

걸린 날을 꼽는 일은 고3이라면 더 급합니다. 외운 답보다 장면 목록이 먼저 손에 있어야 하니까요. 중2 아이와 저녁을 먹을 때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 묻던 말을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로 바꿔 물어봐 주세요.

물어본 그 하나에 장면으로 답할 수 있을까요? 혼자 점검할 때도 같은 잣대를 씁니다. 뒤를 보는 질문 하나에 복기 장면 하나를 붙일 수 있으면 성공입니다.

🍊 오랑의 한 줄

떨림 탓으로 보였던 노을이의 막힘은 비어 있던 한 해에서 왔습니다. 집을 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복기는 나중을 위해 모아 두는 저장이기 전에 지금 쓰는 재료입니다.

올해 한 활동 하나를 떠올려 장면과 그때 생각을 적어 두세요. 두 줄이면 질문 하나를 막아 냅니다.

여섯 갈래를 다 걸었으니 남은 일은 그 갈래들을 겹쳐 보는 것입니다. 서로 어떻게 맞물릴까요? 12장은 그 겹친 그림을 펼치는 자리입니다.


Discover more from To Fathom Your Own Ego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