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망하다는 직업을 골랐는데, 왜 내 이야기는 사라질까요?
—
by
오랑Pick 4편 진로설계 · 9장 칸이 남의 칸이 되는 데는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노을이에게 그 말은 “요즘은 그쪽이 유망하대”였습니다. 노을이는 그 말을 고마운 조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른이 걱정해서 해 준 말이었으니까요. 그 말을 듣기 전, 노을이는 다음 학기 신청서에 설계를 옮겨 적고 있었습니다. 칸은 빈틈없이 찼죠. 그런데 그 한마디 뒤로 줄이 조금씩 옮겨 갔습니다. 먼저 옮겨…
-
사이는 좋은데, 왜 그 관계는 나를 조금도 바꾸지 못할까요?
—
by
오랑Pick 3편 휴먼네트워크 · 9장 잘 열어 둔 문은 소리 없이 닫힙니다. 구름이의 문도 그랬습니다. 초안을 들고 간 날 이후, 구름이는 국어 선생님과 가까워졌습니다. 문제는 그 가까움이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겼거든요. 다음번에는 잘 고친 부분만 골라 보여 드렸습니다. 그다음에는 이런 걸 여쭤도 되나 싶어 찾아가지 않았고요. 수행평가 전날에는 복도에서…
-
책은 끝까지 읽었는데 왜 묶을 종이가 없을까요
—
by
오랑Pick 2편 지식흡수 · 9장 노을이는 종이 한 장을 완성한 뒤 욕심이 났습니다. 그동안 써 둔 독서 기록까지 꺼내 함께 묶어 보기로 한 거죠. 모아 보니 모두 열두 장이었습니다. 열두 장을 펼치자 지난 장 끝의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묶어야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힐까. 그런데 기준을 세우기도 전에 탈이 먼저 보였어요. 일곱 장이 어디에도 묶이지…
-
선생님은 왜 내 활동을 두 줄로만 적었을까요
—
by
오랑Pick 1편 대외활동 · 9장 하늘이는 질문 하나로 고른 동아리 활동 두 가지를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날마다 머릿속이 꽉 차 있었죠. 적어 둘 필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선명한 걸 잊을 리 없다고 믿었거든요. 그 믿음은 학기 말 쪽지 한 장 앞에서 흔들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한 학기 동안 한 활동을 적어 내라고 하셨어요. 하늘이는 한 줄로 끝냈습니다.…
-
노트엔 성찰이 두 권인데, 소감문엔 왜 한 줄뿐일까요
—
by
오랑Pick 6편 자기성찰 · 8장 노을이의 성찰 노트는 어느새 두 권이 됐습니다. 친구에게 받은 한 줄은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봉사활동 소감을 내라는 안내가 왔습니다. 노을이는 노트를 한참 넘겼습니다. 적어 둔 장면은 분명 많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줄을 옮겨야 할지 몰랐습니다. 결국 낸 소감은 “많이 배웠다” 한 줄. 노트 두 권과 소감 한 줄…
-
한 달을 훈련했는데 보여 줄 게 없다면, 무엇이 빠졌을까요
—
by
오랑Pick 5편 역량강화 · 8장 구름이는 한 달 동안 루틴을 굴렸습니다. 무너진 주에도 발표 손 한 번은 지켰죠. 짧은 글도 몇 편 썼고, 그래프도 여러 장 들여다봤고요. 월말에 담임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그래서 뭐가 늘었니?” 구름이는 잠깐 머뭇거리다 답했습니다. “많이 했어요.” 떠오르는 말이 그것뿐이었거든요. 그 머뭇거림이 지난 장 끝의 질문과 겹칩니다. 지나간 훈련은 무엇으로 붙잡아 둘…
-
진로 설계가 잘 되고 있는지 어디를 보면 알 수 있을까요
—
by
오랑Pick 4편 진로설계 · 8장 노을이는 진로 계획을 잘 세운 편입니다. 말로 설명하면 십 분이 넘게 이어집니다. 어느 쪽을 왜 골랐고 무엇을 더 볼 생각인지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노을이의 이번 학기 시간표에는 그 이야기가 없습니다. 신청한 활동 목록에도 없습니다. 설명과 종이가 서로 다른 사람의 것처럼 보입니다. 설계를 잘 세웠는데 학기가 끝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을 자주…
-
같은 질문인데 왜 어떤 사람만 구체적인 답을 받을까요
—
by
오랑Pick 3편 휴먼네트워크 · 8장 구름이는 다음 주에 다시 교무실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문 앞에서 오 분을 서 있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좁게 깎아 갔으니까요. 그런데 돌아온 말이 이상했습니다. 선생님은 잠깐 생각하더니 관심 있는 쪽으로 꾸준히 해 보라고 했습니다. 구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왔습니다. 손에 남은 것은 없었습니다. 준비를 다 했는데 결과만 밋밋할 때가 있습니다. 대개 문제는 말솜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