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안된 날은 정말 버리는 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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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6편 자기성찰 · 6장 노을이는 세 칸 양식에 익숙해졌습니다. 수업 끝나고 5분이면 손이 저절로 움직였거든요. 그러다 한 번 멈췄습니다. 모둠 실험을 다시 설계했는데 결과가 안 나온 날이었습니다. 왼쪽 칸은 채워졌습니다. 몰랐던 것은 많았으니까요. 가운데 칸에서 펜이 섰습니다. 알게 된 것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노을이는 그날 노트를 덮었습니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전과 후와 행동, 세 칸을…

  • 그래프는 봤는데 왜 할 말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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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5편 역량강화 · 6장 구름이는 발표문 근거 자리에 그래프 한 장을 붙였습니다.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선이었습니다. 밑에 한 줄을 적었습니다. 계속 늘고 있다고요. 발표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문제는 질문 시간이었습니다. 세로축이 0에서 시작하느냐는 물음이 나왔거든요. 구름이는 화면을 다시 봤습니다. 축은 62에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가팔라 보이던 선은 사실 완만했습니다. 62라는 그 숫자를 구름이는 발표 내내 못…

  • 진로가 바뀌면 앞의 한 해는 버려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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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4편 진로설계 · 6장 노을이는 2학년 1학기까지 간호사를 적었습니다. 여름에 병원 봉사를 다녀온 뒤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환자보다 대기실의 줄과 안내 동선이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노을이의 칸에는 보건정책이 적혀 있습니다. 바뀐 다음 날부터 걱정이 시작됩니다. 앞의 한 해가 통째로 버려진 것처럼 보입니다. 생명과학 선택도, 봉사 시간도 헛돈 것 같습니다. 실은 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 친구를 가르쳤을 뿐인데 왜 내 쪽이 더 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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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3편 휴먼네트워크 · 6장 구름이는 수학 시간마다 뒷자리 친구에게 붙잡힙니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냐고요. 구름이는 매번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매번 조금 억울합니다. 설명 한 번에 십 분이 갑니다. 그 십 분이면 문제를 두 개는 더 풀 수 있습니다. 시간을 뺏긴다는 감각이 남습니다. 손해 보는 쪽은 늘 자기라고 느꼈습니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안전한 통로를 확인했습니다.…

  • 다큐 세 편을 봤는데 왜 아무것도 안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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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2편 지식흡수 · 6장 노을이는 주말 내내 다큐를 봤습니다. 세 편을 연달아 틀어 놓았습니다. 화면 앞에서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습니다. 장면은 분명히 좋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친구가 뭘 봤냐고 물었습니다. 노을이는 제목조차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인상만 뿌옇게 남아 있었습니다. 주말 여섯 시간이 통째로 증발한 셈입니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책의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수업 속 질문과 발표와 보고서를…

  • 학교 밖에서 쌓은 시간은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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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1편 대외활동 · 6장 하늘이는 주말마다 학교 밖으로 나갔습니다. 지역 청소년 캠프에 갔고, 봉사 동아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강연도 챙겨 들었습니다. 구름이는 같은 시간에 학교 안에 있었습니다. 자율동아리 하나와 교과 발표 준비가 전부였습니다. 연말에 두 사람의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더 많이 움직인 하늘이의 칸이 오히려 헐겁습니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문장으로…

  • 성찰 칸에 무엇을 적어야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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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6편 자기성찰 · 5장 노을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노트를 폈습니다. 기억이 마르기 전 5분이 한 달 뒤 한 시간보다 낫다는 말을 믿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펜을 든 채로 4분이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라서였습니다. 결국 노을이가 쓴 문장은 이랬습니다. 오늘 모둠 실험을 했다. 재미있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한 달 뒤에 이…

  • 글쓰기를 배우는 자리는 왜 학교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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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Pick 5편 역량강화 · 5장 구름이는 발표 기회를 신청해서 얻어 냈습니다. 손을 든 다음 날 배역이 왔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서기 전에 다른 벽이 서 있었습니다. 발표문을 써야 했습니다. 구름이는 하얀 화면을 삼십 분 동안 노려보다가 문서를 닫았습니다. 말은 상대가 있으면 어떻게든 굴러갑니다. 글은 다릅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으면 영원히 초안 상태로 남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두 가지…